그곳에 있는 그대

그곳에 있는 그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도
바꾸어 지지도 않는 게 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것

그곳에 있는 그대
퍼내도 마르지 않는
마셔도 목마른

가을 겨울이 오고 또 와도
나의 봄이기를
밤빛의 은행잎에 새긴다
들판의 얼어붙은 바람에 맹세한다
그곳에 있는 그대를

빈들 강아지풀은 혼자 노래한다
저녁 노을빛은 저 혼자 화려하다
나도 행복하다 말한다

퍼내도 마르지 않는
마셔도 목마른
마음
그곳에 있는 그대

그곳에 있는 그대 / 2010.3.23 淳遠

봄이여

봄이여

한잔 맥주라도 마셔야겠다
뒤죽박죽 굴러가는 시간 속
한 구석진 자리에서

몸에는 곰팡이가 피고
마음은 연기처럼 날린다.
머릿속으로 벌이 비행을 하고
눈은 밤으로 간다.

마음에 피어난 붉은 녹
으스러질때 까지 마셔야겠다
바보가 아니어도 좋다

음악으로 적막을 칠한다.
맥주 한잔으로 또 칠한다.
사진 속의 미소에 건배한다

멈추어 버린 시간 속으로
나는 겨울로 간다
골짜기 개울 얼음 아래
한 장 낙엽으로 잠든다

봄이여 / 2010.3.21

네가 아닌 나

네가 아닌 나

누구의 바보로
어느 누구의 아픔으로
그 누구의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아파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는지 모른다
그 이기심

부질없음을 안다
하지만 놓을 수 없음은
진정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쩌면 놓을지도 모른다.
감히 아프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현명함으로

아파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그 고집스러운 이기심

결국 포기라는 말이 친근하다.
아프지 않으려는
조각조각 아픔까지

네가 아닌 나

누구의 바보로
어느 누구의 아픔으로
그 누구의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네가 보고 싶은 만큼

하늘을 올려다 본다
네가 보고 싶은 만큼

나의 하늘은

나의 하늘은

벌들만 오가는 강어귀
버려진 적막 같은 날에는
바람이 혼잣말한다.

귓전을 때리는 음악은
흰나비의 날갯짓 같이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언제쯤 비가 오려나?

나의 하늘은
잿빛 물빠진 햐얀빛
언제나 나는
너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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